하루키의 단편집이다.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렉싱턴의 유령》인간의 유한함, 숙명적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한 간결한 성찰을 담고 있다. 다 읽도 나면 잔잔하니 공허하지만 묵직한 무언가가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녹색 짐승》부모 자식간이든, 친구 사이이든, 아님 반려동물과 집사 사이든, 좀 더 확장해서 인간과 주변환경과의 관계에서든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갑의 무심한 이기심이 결과적으로 을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묘사한 작품이다.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다. 교과서적인 것을 말로 들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도 있다. 마치 애니메이션을 관람하는 듯하게 서술된 이 10쪽짜리 녹색 짐승은 읽는 이에게 강렬히 각인을..
토트 머리슈커는 전쟁에 참가한 아들 토트 줄러의 편지를 받는다. 줄러의 직속 상사인 소령에게 건강차 휴가를 가는데 자신의 집으로 가기를 권했다는 편지를 받는다. 산골마을 공기 좋은 토트 씨네 집에선 편지를 받은 후 온 집안이 비상상태로 전환 엄마, 누이동생 이 모두 함께 줄러 소령을 맞을 채비를 한다. 휴향차 온 줄러 소령을 온갖 까탈스러움으로 식구들이 힘들어하고, 특히 머리슈커는 줄러 소령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 놓인다. 주변 이웃들의 조언도 타인의 입장에서 쉽게 훈수를 두는 것이지 머리슈커의 입장에서 인간의 품위를 깨는 힘든 것들이다. 이래저래 힘든 손님맞이도 끝나고 줄러 소령이 떠나면서 모든 것은 이전의 평화를 되찾는다. 그러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일이 벌어지는데 이건 직접 읽어..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는 과거의 영향력을 상실한다. 이후프랑스는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과 공산권 진영을 대표하는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였다. 이 당시 진보 인텔리아 계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묘사한 책이 이다. 이 작품은 줄거리로 읽기보다는 인물들의 상황에 따라 취하는 행동과 심리에 관점을 두고 읽으면 재미가 배가된다.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나이와 비슷한 연령의 중장년층에게는 더욱 재미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당시 정치사회적 배경을 파악하고 읽기 시작하면, 총 1,400쪽인 작품이 훨씬 수월하다. 혹시 필요하면 아래 소개된 블로그 글을 읽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https://blog.naver.com/wunderhorn/222627917947?track..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시대에 독일은 정치, 사회, 문화적 격변기였다 한다. 이 지점에서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되는 실존인물들을 에는 담아냈다. 가난한 귀족 출신 호텔 지배인, 돈 때문에 사기꾼이 된 귀족, 영화산업의 부흥으로 몰락해 가는 전설적 발레리나, 전쟁에서 한쪽 얼굴을 잃고, 마약으로 하루를 연명하는 의사 출신 지식인, 자본주의 대두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근무하는 소시민, 속물의 중소기업 사장, 몸으로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젊은 여성 등등 다양한 인물들을 묘사된 작품이다. 연재소설로 당시에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라는데, 이 작품은 초반부부터 재미가 있다. 그럼에도 대중통속 소설과는 다르다휘발성이 ..
코로나 시국, 독일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말이 소설이지 읽다 보면 인간의 근원적 불안에 대한 성찰의 글이다. 베를린에서 카피라이터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도라는 환경운동가인 남자친구 로베르트와 함께 살고 있다. 코로나를 맞이하여 봉쇄령, 사회적 거리두기, 사적모임 금지, 마스크 착용.. 등등 광적인 로베르트에 한계와 정신적 이질감을 느끼고 베를린 근교 시골마을 브라켄에 빈집을 구입하여 혼자 이사를 간다. 이곳에서 옆집 이웃인 고테를 만난다. 그는 이 마을 나치로 거친 성장과정을 겪었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스스로 적을 만드는 유형의 인간이다. 반면 도라는 엄마가 병으로 어린 시절 일찍 돌아가셨지만 적당히 이성적인 의사 아빠밑에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인간이다. 객관적 데이터로 막무가내 고테와 ..
알제리 출신 작가 아시아 제바르가 프랑스어로 쓴 소설 작품이다. 알제리 하면 까뮈, 오래전 프랑스 식민지 국가였다는 것 정도의 정보가 다이다. 찾아보니, 프랑스 알제리령은 1820년 ~ 1962년까지로, 알제리는 약 80년을 식민지국으로 지냈다. 약 80년의 식민지기간에 알제리 국민은 자연스럽게 프랑스어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베르칸은 1991년 가을에 망명지인 프랑스에서 자신의 모국인 알제리로 귀향한다. 베르칸은 어린 시절부터 프랑스어로 교육을 받고, 사고방식도 프랑스어에 입각할 것이다. 베르칸은 프랑스의 식민지를 겪었던 알제리 국민이다. 게다가 베르칸은 청소년 시절 정치범 수용소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프랑스 여인 마리즈에게 이런 일을 시시콜콜 말하기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