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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율리 체, <새해>

borymommy 2024. 4. 19. 13:05

 

 

작가 율리 체는 1974년 독일 본에서 태어난 작가이다. 여류작가로 특정 짓는 것 별로 안 좋아하는 데, 그녀의 작품은 여성성을 지닌 섬세함이 녹아있다. 그렇다고 감성적인 것도 아니고 작가의 의도가 균형감 있게 정도 된 느낌이 든다. 게다가 젊고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는 작가를 만나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기쁘다.

 

작품에 언급이 되지는 않았지만 40대 초중반쯤 되는 헤닝은 새해를 맞이하여, 아내, 두 딸과 란사로테 섬(스페인에 속하는 섬)으로 여행을 왔다. 해리는 공동육아로 출판사 일도 반으로 줄이고, 아내도 일부는 재택근무를 하며 가정을 꾸려간다. 세세히 들어가 보면 보완할게 많지만 전체적으로 잘 돌아가는 화목한 가정이다. 새해 아침 혼자 자전거 트래킹을 나선 헤닝은 준비 부족으로 심신이 곤란을 겪으며, 과거 어린 시절이 회상된다. 

 

어린 시절 헤닝은 여동생 루나, 엄마, 아빠와 란사로테 섬으로 가족 여행을 왔던 적이 있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부모님이 안 계신다. 헤닝은 기저귀를 낀 루나와 2박 3일을 여행지 주택에서 방치되어, 의식주를 해결하며 사투를 버리던 기역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루나는 똥오줌을 못 가리는 기라 기역을 못하는데 헤닝은 어렸지만 이때의 악몽은 강박으로 현재는 공황발작을 가끔 일으킨다. 

 

아직도 온전한 성인이 못된 루나는 가끔씩 오빠 헤닝의 신세를 진다. 이걸 헤닝의 아내 테레자가 싫어하다. 이유 없이 찾아오는 공황발작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연결시켜 실마리를 풀어가는 헤닝은 이제 루나와도 선을 긋는다. 오누이들의 홀로서기랄까.. 

 

작품 두 번째 단원에서는 헤닝이 유년기의 트라우마로 남았던 사건을 세세히 묘사하였다. 이 부분을 읽다 보면 처연하고, 엉뚱한 표현인데 아름답다. 직접 읽어봐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세상 누구나 성장환경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 상황에 적절히 맞추어가며 성장한다. 해닝이 새해 아침 자전거 트킹 과정에서 곤란을 극복하며 한 번 더 성숙해 가는 과정이다. 잔잔한 감동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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