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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욘 포세, <멜랑 콜리아 Ⅰ - Ⅱ >

borymommy 2024. 6. 28. 13:16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출신의 화가 라스 헤르 테르비그(Lars Herterving, 1830~1902)의 삶과 가상의 인물로 라스의 누리 올리네를 중심에 두고 구성된 소설이다. 멜랑 콜리아Ⅰ에는 주인공 화자 라스의 시각으로 거의 대부분이 기술되어 있고, 멜랑 콜리아 Ⅱ 에서 세월이 흘러 치매기가 있고 죽음에 임박한 올리네의 시각으로 기술되어 있다.

 

시골 어촌마을 출신인 라스는 그림에 재능이 있어, 동네유지의 후원으로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서 당시 유명한 한스 구스 구테에게 그림을 배우고 있다. 라스는 스스로 그림에 재능에 자긍심도 높다. 하지만 이것을 제외하고는 내세울 게 없다. 빈곤한 가정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모든 면에서 위축이 되어 있다. 연애도 뜻대로 안 되고, 예술 아카데미 학생들하고도 잘 어울리지를 못한다. 상황이 이런 라스는 외부적인 것들에 원망만 높다. 뒤셀도르프로 풍경화가가 되기 위해 왔지만 적응을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낙향을 한다. 이후 고향에서의 생활도 적응을 못하고 미치기까지 하여 정신병원에 입원도 한다. 멜랑 콜리아 중반부터는 라스가 정신병원에서 끊임없이 반복하는 넋두리가 읽는 나도 정신이 나가게 할 지경이다. 재능은 있으나 환경이 열악하고 자존감이 바닥이 라스의 심경묘사를 세밀이 기술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라스는 죽고, 치매가 있는 라스의 누리 올리네가  등장한다. 그녀도 하루하루 삶을 힘들게 연명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신체활동과 생리적인 해결도 잘 안 된다.  멜랑 콜리아Ⅱ에는 이런 상태에 놓인 올리네를 상세히 기술해 놓고, 올리네의 머릿속도 상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라스의 삶이 세상과 조화를 이룰 수 없는 비참함과 우울감을 준다면, 올리네의 상태는 침울하고 헐벗은 인간을 보는 느낌이다.

 

소설 전체에 복잡한 줄거리는 없다. 어찌 보면 줄거리 전개가 없으면서 끊임없는 화자의 똑같은 말을 쪽수를 넘겨가면서 까지 끊임없이 반복한다. 특히 멜랑 콜리아Ⅰ에서 반복이 심하다. 마치 우리네 시조를 읊을 때 후렴구 반복하듯이 끊임없이 똑같은 말  반복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 "똑같은 말 반복"이 줄거리를 진행시킨다. 특이점은 단순한 줄거리를   "똑같은 말 반복"으로 진행시키는데 단어가 쉬워서 인지, 지루하지 않고 언제 넘어갔다 싶게 쪽수도 술술 넘어간다. 이점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것이다. 특별한 줄거리 없고, 어려운 단어 없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동일한 내용의 반복이 명작을 만들어 낸다는 게 신기하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어떤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만들었나 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작품이다.

 

인간이 태어나 사고라는 것을 할 정도로 성장하면 멜랑 콜리아는 인간과 함께 기생하는 필수적인 요소인 듯싶다. 부모가 있어 내가 태어나고, 공기가 있어 숨을 쉬듯, 인간의 사고에는 멜랑 콜리아가 함께 한다. 상황이 이러면 공생을 해야 는 건데, 공생을 하면서 인간들 마다 각자 다르게 양상이 나타나는듯싶다. 겉보기 비슷한 부류의 인간도 파고 보면 성장배경에 따라 다양한 상이함이 있듯이.. 또 이런 상이한 인간들이 숙성시킨 멜랑 콜리아도 인간들만큼이나 다양하게 표출될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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