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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 이후 근세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이젠 귀족계급은 예전 같은 실질적인 혜택은 없고, 과거의 영광만 안고 있는 상태이다. 부르주아계급은 그 틈을 능력과 돈으로 파고들며 귀족계급을 잠식시켜가는 중이다. 데그리뇽 후작은 급변하는 현실을 부정한 채   과거의 영광 속에 살고 있는 인물이다. 엄마를 잃은 자신의 아들 빅튀르니앵은 혼기를 놓친 자신의 여동생 아르망드 양에 의해 양육이 된다. 집안 분위기도 그렇고, 빅튀르니앵은 세상 분위기 파악 못하고 고귀한 피와 귀족적 소양만 교육이 된 막무가내 말썽꾸러기이다. 계속 사고만 치고 다니자 생활에 변화를 주기 위해 18세에 파리로 보낸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귀족 신분이 바로 계급 달고 군인이 되는 시절이 아니다. 그렇다고 프랑스 왕도 가문의 후광 빼고는 내세울 게 없는 빅튀르니앵을 보살펴줄 여력도 안된다. 파리에서 달리 할 일이 없는 빅튀르니앵은 사교계 생활과 신분에 걸맞은 호화생활로 자신 가문의 마지막 재산까지도 다 날리고 사기죄로 재판까지 간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니,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돈 한 푼 없는 데그리뇽 집안은 그동안의 지연과 파리로 가고 싶없하는 재판관들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불리했던 재판에서 이긴다. 물론 능력 없는 빅튀르니앵이 한 일은 아니고 주변의 도움이지만.. 

 

우리 옛말에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 했다. 돈 한 푼이 아쉬운 허울뿐인 귀족들이지만 그들에겐 아직 권력의 중심축에 접근할 수 있는 지연이 있다. 이런 귀족들의 이점인 연줄과 부르주아의 돈이 합쳐진 결혼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은 아니지만 빅튀르니앵은 평생 무산계급으로 호화롭게 살아간다. 이 상황이 씁쓸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자존심을 버린 후의 향유하는 빵이기도 하다. 

 

소설은 235쪽의 길지 않은 장편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다양한 연구 대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1. 데그리뇽 후작

세상이 뒤집혀서 경제적 상활이 참담한 그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고귀한 신분에 한치의 어긋남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이것은 후작의 생각일 뿐이다. 말년으로 갈수록 일을 크게 벌이는 자신의 아들로 인해이 집안은 완전히 망했다. 하지만 세상이 다 알고 있는 비참한 상황을 후작만 모르고 있다. 이런 상황은 과연 올바른 건지 모르겠다. 후작의 고집으로 주변 사람이 폭폭 한 현실에 이중고를 시달리니..

 

2. 아르망드 양

후작의 여동생인 그녀는 가세가 기울자, 그 지방의 성공한 신흥 부르주아인 뒤 크리아지가 혼담을 넣는다. 하지만 데그리뇽 후작은 신분이 맞지 않음에 분노를 하며 단칼에 거절한다. 그녀는 평생을 오빠와 조카를 돌보며 살고, 말년에는 궁핍한 생활로 그녀의 방은 수녀의 방 같다는 표현도 나온다. 자식처럼 키웠지만 한심스러운 조카와 세상 분위기 파악 못하는 오빠 옆에서 하느님이 자신을 빨리 데려가기를 바라는 불행하고 고귀한 여인이다.

 

3. 쉐넬

데그리뇽 집안의 공증인이다. 이 집안의 온갖 대소사를 해결하는 충성스러운 인물이다. 또한 후작의 아들인 빅튀르니앵을 심정적으로 아들로 삶고 죽는 날까지 헌신을 다한다. 하지만 이런 쉐넬은 바라보는 데그리뇽 후작의 시각은 예뻐하는 애완견 정도로 본문에 묘사되어 있다. 데그리뇽 집안에서 쉐넬을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사람은 아르망드 양뿐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연구 대상인 인물이다. 어찌 저럴 수 있나 싶기도 하다. 세상이 뒤집혔다 해도 태생이 노비인지라 저렇게 평생을 살아가는 게 쉐넬에겐 익숙하고 편안한 삶인가 싶기도 하고.. 이 상황은 세상에 눈 감고 귀 닫고 살아가는 데그리뇽 후작과 방향만 다를 뿐 같은 맥락인가 싶기도 하다.

 

4. 빅튀르니앵

고귀한 피를 받고 태어난 빅튀르니앵는 귀족으로서의 소양을 교육받고, 아르망드 양과 쉐넬의 헌신으로 겉보기엔 준수한 소년으로 성장하였다. 주변에서 응석받이로 성장한 그는 세상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줄 안다. 파리로 보내진 후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조금 느끼지만 거기 끼지이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세상과 타협하고 편안하고 향락적이 삶을 살아가는 그는 한심스럽기도 하고 신간이 편한 한량인가 싶기도 하고.. 암튼 그의 머릿속엔 생각이란 게 없는 인물이다.

 

5. 드 모프리뇌즈 공작부인

18세 때 파리로 보내진 빅튀르니앵의 애인이다. 이 여자로 인해 빅튀르니앵은 파리 사교계에 데뷔하면서 바로 진흙탕 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이 여자의 장점은 사랑하는 빅튀르니앵이 곤란을 겪자 앞뒤 안 가리고 헌신적으로 그를 돕는다. 이후 빅튀르니앵의 일이 해결되자 자신은 여기 까지라며 결단력 있게 빅튀르니앵을 떠난다. 진정 프로페셔널한 파리 사교계의 여인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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