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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알베르 꼬엔, <주군의 여인1,2>

borymommy 2024. 7. 24. 19:27

 

1930년대 스위스 주네브를 배경으로 한 불륜소설이다. 프랑스 국적 유대인 쏘랄은 국제연맹에 사무총장으로 근무한다. 그는 부하직원 아드리안 됨의 부인 아리안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게 된다. 주네브 최고의 명문가 출신인 아리안도 계급이 낮은 됨과의 결혼으로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못한 상태이다. 비록 유대인이지만 쏠랄의 외부적 조건과 적극적인 구애로 아리안도 쏠랄을 사랑하게 된다. 이런 둘의 급작스러운 사랑의 도피로 남편 됨은 충격을 받고 권총자살을 하지만 실패하고 살아난다. 문제는 쏠랄과 아리안의 사랑의 도피 이후 약 2년 좀 넘는 기간을 거쳐, 이들이 받게 되는 형벌이다. 사랑으로 인한 행복이 불행, 죽음으로 진행되는 과정의 묘사가 인상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불륜으로 사회에서 매장된 쏠랄과 아리안은 세상이 감옥으로 변한다. 이런 상태에서 서로 마주 보고 사랑 빼곤 아무것도 추구할 수 없는 그들의 삶에 비극은 안타까울 지경이다. 이 당시 그들의 불행을 표현한 심경묘사는 직접 읽어봐야 알듯 싶다. 

 

<주군의 여인 1, 2>는 약 1,500쪽의 장편소설이다. 1차~2차 세계대전 사이 유럽에 만연한 반유대주의 정서는 작품 전반에 구석구석 포진되어 있다. 유대인인 작가 알베르 꼬엔은 프랑스에서 성장을 했고, 성인이 된 후 유대인으로의 정체성 문제를 죽을 때까지 끌어안고 살았다 한다. 자신의 처한 상황과 쏠랄은 많은 부분이 일치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쏠랄의 푸념 중에 유대인으로서의 한스러움과 동포에 대한 애잔함 등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고 난후 눈에 띄는 것들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유한한 인간,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작품 전체에서 줄기차게 끌고 간다. 작품 초반부터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인간의 허무를 코믹하게 표현한다. 예를 들면 결국은 죽어서 묻힐 것을 생각하면 부질없지만 아지안의 미모는 대단하다며 무섭게 칭찬한다.^^

 

둘째는 당시 지배계급과 부르주아계급의 허위와 위선의 묘사이다. 신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상승하고 싶고 부르주아 계급의 열망은 됨과 그의 엄마를 통해 코믹하게 묘사되어 있다.

 

셋째는 인간의 이율배반적이고 부조리한 삶의 묘사이다. 죽고자 했는데 살아나는 인간 됨, 죽으려 하다가 맘가짐을 고치고 살려는 순간 죽는 쏠랄의 전 애인, 세상 사는 재미가 없는 쏠랄과 아리안과 대비로 호텔에서 일하는 병들어 결국은 죽는 노동자 등등 세상은 공평하지도 반듯하지도 않음을 보여준다.

 

이런 무거운 주제가 순전 작가의 능력으로 재미있게 읽힌다. 책을 읽다 보면 심각한 불륜소설을 읽는 게 아니고 코미디 장편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검색해 보니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영주의 여인>도 있다 한다. 영화로는 아름다운 아리안을 중심으로 눈이 즐거울 듯싶고, 심경과 상황묘사는 책을 읽는 게 유리한데, 이 작품의 진가는 후자일 듯싶다. 불행으로 끝나는 불륜소설인데, 읽는 내내 배꼽을 잡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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