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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영화의 기본정보
  • 줄거리
  • 감상포인트

  영화의 기본정보                         

이윤기 감독, 각본의 로드 무비이다. 배우 전도연과 하정우 주연으로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빌려준 돈 350만 원을 받기 위해 1년 만에 다시 만나 그와 보낸 하루 동안의 여정을 잔잔하게 담았다. 원작은 일본 작가 타이라 아스코의 단편 소설이라고 한다. 로드 무비라는 특성답게 서울의 풍경을 아름답게 담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하정우 영화 중 이 작품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배우 전도연 역시 한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통해 이윤기 감독은 4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감독상을, 배우 하정우는 10회 부산 영화 평론가 협회에서 남우주연상과 18회 부일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줄거리                                          

영화는 여자 주인공 희수가 남자 주인공 병운을 찾아 경마장에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1년 전 병운은 희수에게 350만 원을 빌렸고, 희수는 그것을 받으러 온 것이다. 돈만 얼른 받고 떠나려던 희수에게 병운은 경마장 직원들을 소개하는 등 미적거리는 모습만 보인다. 희수는 답답하기만 하지만 그런 마음은 나 몰라라 병운은 능청스럽기만 하다. 희수는 당장 ATM기에서 돈을 인출하라고 다그치지만, 병운은 당장 돈이 없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서 갚겠다며 하루간의 동행을 제안한다. 어쩔 수 없이 희수는 병운을 차에 태운다. 병운은 희수의 차를 얻어 탄 것에 그치지 않고 때마침 폰까지 방전되었다며 그녀의 폰을 빌려 쓰기까지 한다. 병운은 초등 동창, 사촌, 지인, 아는 사장 등 희수와 온갖 사람들과 만나며 하루를 보낸다. 먼저 만난 사람은 골프를 치는 한 여사이다. 병운은 그 여사에게 살랑거리며 아첨해 100만 원을 빌린다. 희수는 짜증이 치솟아 병운에게 저 사람과 자냐고 다그치지만 돌아오는 건 한 여사의 제안을 이제는 거절할 수 없겠다는 뜨듯 미지근한 대답뿐이다. 다음으로는 술집에서 일하는 세미를 찾아간다. 아직 준비 중이라는 말에 병운과 희수는 일단 햄버거를 먹는다. 그러고 만난 세미는 희수를 보자마자 평범하다는 싸한 말을 한다. 기분 나빠진 희수는 술집 사람이 말을 왜 그렇게 하냐고 쏘아붙인다. 그런 싸한 분위기를 병운은 용케도 풀어내지만 희수는 마음이 점점 불편해지기만 한다. 세미의 집에서 나온 두 사람은 병우의 대학교 후배 홍주와 그녀의 남편을 만나고 억지로 합석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도 홍주의 남편이 두 사람 잤냐는 무례한 언사로 불쾌하게만 만든다. 다음으로 병운은 사촌에게 향한다. 그곳에서 희수는 병운이 자신과 헤어진 1년 사이 사업에 실패하고 결혼에 이혼까지 한 사실을 알게 된다. 희수 앞에서 병운의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헤집는 사촌을 보며 희수는 화가 나기 시작하지만 병운은 아무렇지도 않아 한다. 그러면서 병운이 하는 말은 자기 옆에서 불행해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여자를 보내줬다는 것이다. 희수는 자기 역시 그러했기 때문에 감정이 복잡해진다. 병운은 다음으로 지인이 부탁한 중학생 소연을 데려오는 일을 하러 학교로 향한다. 정학 처분을 받고 징계로 봉사하는 소연은 2년 만에 만난 병운과 희수가 어색하다. 셋은 함께 다니려 하는데 하필 희수의 차가 견인된다. 소연을 바래다주고 차를 가지러 가던 길에 병운은 발목을 삐끗한다. 희수는 그런 병운이 안쓰러워진다. 마지막으로 병운은 초등 동창 은정에게 향한다. 싱글맘이었던 은정에게 돈을 받기 미안했던 희수는 거절하지만 그녀가 건넨 40만 원 중 20만 원을 받게 된다. 그렇게 병운은 20만 원의 빚을 남기게 된다. 희수는 견인비랑 이것저것 다시 갚으라고 말하고, 병운은 희수에게 30만 원 차용증을 건넨다. 둘은 지하철역 앞에서 헤어진다. 희수가 돌아보니 병운은 또 신세에 맞지 않게 느긋한 넉살을 부리고 있다. 그런 병운을 바라보다 피식 웃는 희수를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관전 포인트                                  

남자 주인공 병운은 능력은 없으면서 말과 행동만 느긋한 전형적인 한심한 캐릭터이다. 그런데도 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병운이 밉기보다는 안쓰럽고 정이 가는 걸까? 그건 병운이 자신만의 낙천적이고 인간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병운은 많은 실패와 헤아리기 힘든 아픔과 모욕을 받는다. 그럼에도 병운은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병운을 전 여자친구로 바라보는 희수는 관객들처럼 그저 복잡한 심경이다. 고생스러운 여정을 왜 따라다녀야 하는지 그 의문은 어느새 뒤편으로 사라지고 내가 사랑했던 한 사람의 진면목으로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내러티브가 극적이지는 않지만 병운에 대한 희수의 마음은 영화의 처음과 끝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 인간을 지긋이 바라보고 이해하고 연민과 애틋함을 갖게 되는 것이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는 구분되는 멋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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